디지털카메라 시대의 사진 찍기 (1)

취미 활동이자 가족과의 추억 만들기 일환으로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며 사진을 잘 찍기위해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종종 생각해 보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카메라 장비와 그 장비를 다루는 기술적인 부분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지만 나는 장비와 장비 자체를 다루는 기술 이외에 더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 내용을 짧게 정리하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프로 작가도 아니고 사진 경력이 10-20년이 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순수한 아마추어 아빠 사진사의 입장에서 나의 생각을 쓰려 한다. 이점을 참고하여 여기에 있는 내용을 너무 전문적이거나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시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카메라 장비와 그 장비를 다루는 기술은 좋은 사진을 위한 100%의 조건 중 많아봐야 35%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른 요소는 무엇인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셔터를 누르기 전의 준비 그리고 셔터를 누른 후에 해야 하는 작업이 65% 이상을 차지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1. 셔터를 누르기 전의 준비 35%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셔터를 누르기 전의 전의 준비란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한다.

일단 모델이 좋아야 한다. 사람이건 풍경이건 사물이건 아름다운 피사체는 누가 어떤 장비로 언제 찍어도 아름다울 확률이 높다. 특히 풍경은 아름다운 장소에 찾아가는 시간과 노력 자체가 좋은 사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빠 사진사들이 많이 찍는 인물이나 스냅사진의 경우 내가 찍을 수 있는 피사체는 한정 되어있다. 따라서 이미 주어진 피사체를 가장 돋보이게 담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야하는데, 앞으로의 내용이 그 방법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기록한 것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장소배경의 선택이 중요하다. 멋진 영화배우를 찍는다면 어디에서 누가 찍어도 멋지겠지만, 지저분한 우리 집 거실이나 부엌에서 그 배우를 찍는다면 그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살리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그 피사체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장소와 배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인물 사진의 경우 복잡하지 않은 배경이 좋은 것이고, 인물과 대비가 되어 그 피사체를 배경으로부터 적절히 분리시킬 수 있는 환경이 좋다. 하지만 복잡한 배경이라도 피사체를 그 배경에 어울리게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완성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사진이 될 수 있다.

피사체와 배경의 대비를 이야기했는데, 이 대비에는 색의 대비, 명암의 대비, 그리고 원근감의 대비 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색의 대비란 주제와 배경이 비슷하거나 겹치는 색이 되는 환경을 피하며, 서로 다른 색으로 대비될 수 있도록 만들어 인물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명암의 대비란 주제와 배경이 서로 다른 명암 단계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때 주제가 부각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원근감의 대비란 주제와 배경(또는 전경)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분리되어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듯한 환경을 만들어 주제를 부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배경

명암의 대비

원근의 대비, 지저분한 부엌의 디테일이 없어졌다

원근의 대비-배경과 분리되며 동시에 조화되는 느낌이다

원근의 대비-전경의 꽃과 배경의 바이올린 사이에 주제를 위치시켜 입체감을 통해 주제를 부각

일종의 원근의 대비? 

특별한 대비는 없지만 배경과 주제가 잘 어우러져 전체적인 이미지의 느낌을 완성시킴 


두 번째는 피사체 꾸미기의 중요성이다. 아무래도 모델이 머리를 잘 만지고, 여성이라면 화장을 적절히 한 것이 좋은 것이고, 이왕이면 깔끔하게 정돈된 의상이 더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들어줄 확률이 높다. 여자 아기라면 머리띠나 핀 하나가 결과물에 큰 차이를 만들어 줄 수 있고, 남자 아기들의 경우에도 셔츠를 입느냐? 운동복을 입느냐? 들고 있는 장난감이 무엇이냐? 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작은 차이를 무시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피사체를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꾸미고 다듬을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어 실행한다면, 촬영 후 조금은 더 좋은 결과물을 얻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꾸미기에는 적절한 소품 활용도 매우 중요하다. 소품을 준비하여 배경을 연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소품을 이용해 잘 꾸며진 배경


세 번째는 촬영을 하는 시간대와 빛의 활용이다.

야외에서 촬영을 한다면 흔히 Golden Hour 또는 Magic Hour라고 말하는 해지기 전과 해 뜬 후 빛이 다양한 색으로 부드럽게 퍼지는 시간이 좋을 것이다.

빛이 부드럽게 떨어지는 오후시간

이미지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해 질 녘 


실내에서 자연광을 이용하여 촬영을 할 때는 어둡지 않고 풍성히 빛이 들어오는 낮 시간이 좋을 것이다. 실내의 위치와 커튼 등을 이용하여 빛을 컨트롤 할 수 있다.

거실에서 촬영한 사진인데, 거실에 빛이 들어오는 유일한 시간대인 오전 9시-11시 사이에 촬영하기 위해 미리 모든 세팅을 했었다. 

창가의 빛을 커튼으로 통제하여 찍은 사진 

가끔은 인공광을 이용하여 자신이 빛을 100% 통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플래쉬를 사용하여 빛을 통제한 사진: 천장으로 수직 바운스

늦은 밤 실내였지만 역시 플래쉬를 사용하여 빛을 통제. 플래쉬를 좌측 정면 벽으로 바운스했다. 하지만 배경이 다소 어둡게 나온 것이 아쉽다. 뒤쪽에 전등이라도 하나 있으면 더 화사하게 나왔을 것 같다.


플래쉬는 야외 촬영시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데, Fill Flash 기법을 사용하여 얼굴에 드리우는 원치 않는 그림자를 없애주거나 역광시에 그늘진 인물의 노출을 맞추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어두운 환경에서 주 조명으로 쓸 수 있다.

Fill Flash 기법을 사용하면 역광으로 인한 주 피사체의 노출부족을 해결하고 피부의 색감과 질감도 살아난다

해가 지고 난 후 매우 어두운 환경이었지만 바닥 바운스 플래쉬를 통해 피사체 노출도 살리고 모닥불을 피운 것과 비슷한 독특한 빛을 연출 


좋은 사진을 위한 첫 번째 요소를 마무리 하자면... 

최상의 사진을 찍기 위해선 최선의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위에 말한 요소들이 이상적으로 갖춰 촬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나와 같이 평범한 일상을 담는 아빠 사진사들에게는.... 

하지만 적어도 위의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적절히 통제하고 준비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장비가 아니더라도 분명히 전보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2. 사진 찍은 후에 할 작업 30%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사진 후보정 작업은 디지털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소프트웨어를 구할 수 있고, 사용법도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후보정을 일종의 속임수나 잔기술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필름시대에 사진을 인화하고 현상하는 것도 일종의 후보정이었다.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무언가를 투자하는 타인의 노력을 폄훼해서는 안될 것이다.물론 후보정이라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작업이므로 이것은 백프로 촬영자의 선택이다.


내가 생각하는 후보정은 크게 두 가지의 접근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1번 요소에서 이야기했던 '촬영전 준비해야 할 것'들에서 아쉽거나 부족하거나 실수한 부분을 보충 또는 약간 만회하자는 접근이다.

촬영한 이미지에 피사체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는 지저분한 요소가 있어 사진을 크롭 할 수 있고, 풍경 사진을 찍었는데, 실수로 수평이 약간 어긋나서 보정의 단계에서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수평 보정 전

수평 보정 후 


크롭 전

크롭 후

크롭 전

크롭 후

위 두 사진 모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크롭을 통해 주 피사체 이외에 시전을 끄는 요소들을 제거 할 수 있다.


인물 사진에서 배경과의 대비가 부족하여 색을 조금씩 조정한다던가, 주 피사체와 주변의 명암을 조절하여 주제를 조금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원본-노출도 부족하고 배경에 시선을 많이 뺏기게 된다

전체적인 노출을 올려 적정노출로 만들고, 비네팅을 통해 주변부를 약간 어둡게 만들어 시선이 아기의 얼굴로 향할 수 있도록 보정했다


장비와 기술로 극복할 수 없는 노출차이를 후보정을 통해 극복할 수도 있다.

원본


하늘의 노출을 내려 색과 디테일을 살리고, 건물과 도로의 암부는 노출을 올려 HDR느낌의 이미지로 보정

즉, 내가 생각하는 후보정의  1차적인 목적은 사진을 송두리째 갈아엎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촬영 후 아쉽고 보충해야 할 부분들을 손봐주거나 작은 실수들을 고쳐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접근은 보다 적극적인 보정의 활용으로, 약간 과한 보정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을 확실하게 강조하는 것이다. 해 질 녘 석양의 느낌을 더 강하게 포현하기 위해 이미지의 톤을 오렌지색이나 노란색으로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 아련하고 빈티지한 필름 사진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노이즈를 주고, 선명도가 낮게 사진을 보정한다던가 하는 것이 이런 보정 방법일 것이다.


해 질 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강한 색 보정

모던한 건물 느낌을 위한 de-saturated 보정

색이 바래진 필름 느낌을 위해 극 암부와 극 명부를 죽이고 중간톤만 살리고 노이즈를 넣은 보정

흐린 날의 무겁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필름 느낌으로 보정

후보정은 100% 작가의 취향이다. 보도 사진이 아닌 다른 사진은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담는 예술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취미 사진에서 본인의 표현을 제약할 이유는 없다.

사진은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 완성된다는 보수적인 생각보다는 각자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것에 좀 더 자유로워지고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요소들은 2편에서...

Comments

  1. 정독주행! 많이 배웠습니다. 2편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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